최근 정부에서 개봉한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다녀왔습니다. 이 코스는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후에 54년만에 개방한 길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개방되었는데요. 5월 9일은 이승만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는 마지막 날로 역사적 의미도 느낄 겸 아직 4월달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68년 당시의 영상도 남아있네요. 남파 공작원 김신조는 살아남아서 남한에서 개신교 목사로 교화했으며 1942년 생으로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생존하고 있는 레전드 인물이기도 합니다.
청와대는 북악산 아래에 위치하는데 당시 북파 공작원 31명은 산기슭에서 아래로 침투하는 이점을 노리고 침입했습니다. 지금 가서 보면 당시 청와대의 위치상 문제가 느껴지는데요. 북악산의 북쪽에 북한산이 있지만 일단 공작원들이 서울에 들어오기만 하면 청와대는 테러나 공격에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지금이야 뭐 그런 시대가 아니고 청와대 북쪽에는 국군이 철통 수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침입은 상당히 어렵지만 68년도의 서울임을 감안했을 때 방어가 취약한 상태에서 침입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잡은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도 북악산 남측 탐방로 즉 청와대 뒷산을 4월에 개방했습니다. 해서 궁굼하던 차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삼청안내소로 가야 합니다. 시청에서 가는 방법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핵심은 삼청동 길의 북쪽 끝자락까지 가야합니다. 현재는 새롭게 삼청안내소를 개설해서 등산 인원들을 체크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청와대가 완전 개방하는 5월 10일 이후에는 자유롭게 개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도를 보면 길을 북쪽으로 가다 보면 삼청공원쪽에 있습니다. 마을버스 11번이 너무 사람이 많아서 광화문에서 걸어서 갔는데 그냥 낑겨서 타고 가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매우 멉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아직 안나오는게 개방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북악산 코스인 성균관대학교 쪽의 와룡공원 코스와는 길이 다릅니다. 걸어가니 길찾는게 쉽지는 않더군요. 지도에 보면 청와대도 표시가 안되어 있고 길도 없는데 보안을 위해 그런 것이고 향후 청와대 개봉시 정식으로 추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청공원에서 북쪽으로 더 가면 철로된 문이 열려 있는데 그 앞에 삼청안내소가 있습니다. 딱 봐도 그 전에는 막아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요일 갔는데 개방시간이 6시까지(입산은 4시 마감) 였습니다. 지금은 출입증(목걸이)을 받고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의 길은 오래전에 만든 것 같은데 일반인이 아니라 군인들 혹은 정부 관료들이 이용하던 것 같습니다.
슬슬 올라가다 보면 삼청휴식장이 나옵니다. 머리돌이 1987년 8월이네요. 지금은 물이 없는데 여름에 물이 차오르면 군인들이 전투수영을 하며 휴식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초행길이라면 여기가 중요한데 만세동방으로 가면 험한 길이고 법흥사터로 가야합니다. 만세동방 쪽은 아리랑 고개를 넘어야 하고 계단이 없어서 등산화가 없다면 상당히 고전할 길입니다. 반면 법흥사터는 가는 길에 법흥사의 터를 볼 수 있고 계단이 있어서 좀 힘들긴 하지만 올라는 갈 수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숙정문으로 가는 갈래길도 나와서 코스 옵션이 추가됩니다.
법흥사 터는 신라 시대의 절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뭔가 건물의 목재와 기둥돌 같은게 남아있는데 펜스가 쳐저 있어서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54년만에 개방한 한국의 문화 유적입니다.
법흥사에서 좀 더 빡세게 올라가면 청운대가 있습니다. 해발 293m로 낮지만 악산 답게 경사가 심해서 약간 고생을 합니다.
보통은 청운대에서 다시 내려오는데요.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성곽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1.21 사태 소나무가 있습니다. 북한 무장공비와 우리 군인간의 전투 중에 총알이 15발 박혔다는 소나무가 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파여있는 자국이 있습니다. 그런데 페인트로 너무 심하게 칠해놔서 좀 아쉬웠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왜 저렇게 흉하게 해놨을까... 역사의 현장이니 일단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줍니다.
기왕 왔으니가 백악마루로 올라갑니다. 백악마루에는 큰 바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백악마루는 예전에도 개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숙정문 쪽으로 가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 개방된 코스는 삼청안내소에서 청운대까지 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뒷산 개봉했다고 올라왔지만 정작 청운대에서도 청와대는 안보입니다. 경복궁은 보이는데 청와대가 안보이는 것을 보면 지형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청운대에서 청와대 쪽을 보면 나무들이 많아서 청와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형도 안보이는 위치다)
정상에서는 인왕산 쪽 하산 길도 있지만 출입증을 받았던 삼청안내소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올 때 그 만세동방 쪽으로 와서 좀 고생을 했는데 빨리 하산하려면 법흥사 쪽으로 가야 합니다.
* 북악산은 예전에 와룡공원에서 숙정문 쪽으로 다녔는데 이번에 개방한 청운대 길도 좋습니다. 정상은 300미터 정도지만 이름에 '악'이 들어가는 만큼 경사가 심한데요. 그나마 요즘엔 계단이 정비되어 있어서 오를 만 합니다.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개봉되면 출입증 없이도 들어갈 수 있을 거라 합니다.
북악산 특징은 대략 돌산으로 여름에 습기가 적고 시원합니다. 올라가면 가까이는 경복궁, 멀리는 남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보이는 시원한 산입니다. 조선왕들의 정기가 스며들어서 그런가 항상 갈 때 마다 에너지를 얻는 산입니다. 서울의 강북에서도 좀 들어가 있어서 교통편은 아쉽지만 주말에 가보면 다들 등산복 차림으로 걸어서 나옵니다.
북악산은 서울에서는 상당히 매력있는 산입니다. 청와대 개방 이후에 좀 더 길을 더 내줬으면 좋겠고 내려와서 삼청동과 종로 거리에서 식사하기에도 좋습니다. 이번 일요일에 가보니 거리두기가 해제되서 그 동안 어려웠던 가게들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등산 후 사람들과 모여서 막걸리 한잔, 캬~ 이런 맛이 있어야 서울인데 너무 잊고 살았었지요. 북악산은 언제나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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